본문 바로가기

영화로읽는감정들12

오징어 게임 시즌 3 : 인간의 존엄은 어떻게 지키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휩쓴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이 시대의 현상을 반영한 상징작이 되었다. 시즌 3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지금, 그 잔혹한 죽음의 놀이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과연 무엇인지 되짚어 보고싶다. '오징어 게임'은 자극적인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현대 자본주의의 비정한 민낯을 드러내고 '인간의 존엄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이제 오징어 게임은 우리 시대의 우화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 삶의 벼랑 끝에 선 참가자들, 그들은 왜 괴물이 되었나?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졌다.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들은 사업 실패자, 탈북민, 소외된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서 한참.. 2025. 6. 28.
익숙함이라는 속박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벨라에게 익숙해진 거짓의 옷우리가 사는 이 시대엔 누구나 '자기 자신'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짜 놓은 틀 속에서 길들여진 '거짓 자아'라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시선, 성 역할에 대한 강요로 만들어진 이 옷은 처음엔 매우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제는 그 옷이 나인지 내가 옷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여성에게 덧씌워진 투명한 갑옷여기에 여성이라는 조건하에 더욱 단단하고 투명한 갑옷을 입는다. 온순한 딸, 헌신적인 어머니, 상냥한 아내, 친절한 동료... 여성이 사회로부터 부여받는 수많은 이름표들은 때로는 따뜻.. 2025. 6. 27.
디즈니+에서 만나는 『콘클라베』, 신의 뜻인가, 인간의 전략인가? “신의 이름 아래, 가장 인간적인 욕망이 꿈틀댄다. 『콘클라베』는 종교의 성역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심리전과 권력 투쟁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 장막 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2025년 상반기, 극장에서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 『콘클라베』가 디즈니+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바티칸 시국 내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 '콘클라베'를 다룬 이 작품은 신성한 의례 이면에 숨겨진 인간 군상의 민낯과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한다.▥콘클라베: 열쇠로 잠긴 방, 인간 욕망의 해방구'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120명의 추기경들이 단 하나의 목표—교황 선출—을 위해 고립된 공간에서 머문다.. 2025. 6. 26.
“디즈니+ 화제작, 더 서브스탠스 – 여성의 신체와 존재의 분열” ▩ 영화 정보제목: The Substance (더 서브스탠스)감독: 코랄리 파르제 출연: 데미 무어, 마거릿 퀄리, 데니스 퀘이드 외장르: SF, 바디 호러, 페미니즘 스릴러러닝타임: 140분공개 플랫폼: 디즈니+ (2024)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특징: 제77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 신체를 둘러싼 여성성의 해체와 재구성을 다룬 충격적 페미니즘 SF ▩ 줄거리 한때 인기 있었던 TV 쇼 진행자 ‘엘리자베스’는 중년 이후 방송계에서 밀려난다. 세상은 그녀를 ‘늙은 여성’으로 치부하고, 그녀는 점차 소외된다. 그러던 중, ‘더 서브스탠스’라는 이름의 신체 복원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이 물질은 젊고 완벽한 새로운 육체를 생성하고, 그와 함께 엘리자베스는 다시 세상의 관.. 2025. 6. 23.
어른이 된다는 건, 먼저 걷는 일 자식의 결혼은 부모에겐 떠나보냄이자 놓아줌의 훈련이다.요즘 젊은이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부모의 욕망 때문이라고 말하는 글을 읽었다. “내 아들이 의사이니 며느리도 의사여야 하고, 강남에 살아야 하며, 외손주는 그 집 부모가 맡아 키워 주면 좋겠다."그 말은 단순히 결혼의 조건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부모의 감정이 응축된 욕망의 언어다.그러다 문득, 나는 내 아이를 진심으로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자식을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낼 때, 부모는 정서적으로 자식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자식을 붙잡아 곁에 두는 것이 사랑인 줄 알지만,실은 그것이 자신의 외로움을 위탁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믿는 것이다.곁에 두.. 2025. 6. 21.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 예술이란, 꺼내는 사람의 이야기 ▩ 고흐의 눈, 나의 시선영화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고흐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순간순간 그렇게 세상을 ‘본다’.햇살이 지나가는 창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빛에 물든 오후의 색깔. 우리는 분명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거나,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놓쳐버린다.고흐는 달랐다. 그는 '표현한' 것이 아니라, '꺼내려' 했다.자연 속에서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을, 인간의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각을, 그는 물감과 붓으로 꺼내려 했다. 그 간절함은 때로 광기로 비쳤고, 결국 이해받지 못한 그 마음은 그의 정신까지 갉아먹고 말았다.그의 거칠고 물든 손이 떠오른다.그 손은 단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만지고.. 2025. 6. 20.
당신의 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그 길 위에 피는 꽃이 있다 《당신의 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그 길 위에 피는 꽃이 있다》-루이스 웨인과 '자기 삶을 받아들이는 감정'에 대하여-“꽃길만 걸으세요.” 아름다운 말이다. 부드럽고 선하고 축복 가득한 인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 시큰하다. 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아마 그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이유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코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을.그래서 나는 ‘꽃길만 걷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을 자주 떠올린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루이스 웨인이다. ▩ 고양이로 견뎌낸 사람루이스 웨인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영국 화가였다. 그는 천재적인 손을 가졌지만, 세상과는 거리.. 2025. 6. 18.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 예술이란, 꺼내는 사람의 이야기 ▩ 고흐의 눈, 나의 시선영화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고흐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순간순간 그렇게 세상을 ‘본다’.햇살이 지나가는 창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빛에 물든 오후의 색깔. 우리는 분명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거나,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놓쳐버린다.고흐는 달랐다. 그는 '표현한' 것이 아니라, '꺼내려' 했다.자연 속에서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을, 인간의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각을, 그는 물감과 붓으로 꺼내려 했다. 그 간절함은 때로 광기로 비쳤고, 결국 이해받지 못한 그 마음은 그의 정신까지 갉아먹고 말았다.그의 거칠고 물든 손이 떠오른다.그 손은 단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만지고.. 2025. 6. 13.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랑, 성장, 그리고 여름의 끝자락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 십 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이별. 낯선 감정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감성적 여정이 펼쳐진다.처음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17세 청소년과 20대 남성의 사랑 이야기라니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1980년대라는 시대, 부모라면 아들이 손님으로 온 20대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다.아마도 내 안의 그 낯섦은 그 지점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감정은 그들의 순수한 사랑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고, 인물들의 감정이 비로소 마음에 다가왔다.엘리오와 올리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십 대의 성장과 혼란,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열병 같은 사랑이 지나간.. 2025.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