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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감정 에세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랑, 성장, 그리고 여름의 끝자락에서

by moosona 2025. 6. 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 십 대의 사랑과 성장, 그리고 이별. 낯선 감정과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감성적 여정이 펼쳐진다.

처음 이 영화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17세 청소년과 20대 남성의 사랑 이야기라니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1980년대라는 시대, 부모라면 아들이 손님으로 온 20대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다.
아마도 내 안의 그 낯섦은 그 지점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그들의 순수한 사랑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지고, 인물들의 감정이 비로소 마음에 다가왔다.

엘리오와 올리버,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십 대의 성장과 혼란,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열병 같은 사랑이 지나간 후, 이별은 아팠지만 그 아픔 속에서 엘리오는 더 단단하고 깊어진다.

배경 음악은 간질간질할 만큼 감성적이다.
특히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가 부른 "Mystery of Love"와 "Visions of Gideon"은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감싸며,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한다.
음악은 말보다 앞서 흐르면서 장면마다 그 여름날들의 체온을 오래 간직하게 한다.

시골 마을의 햇살, 나무, 그리고 바람까지도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 흐른다.
1980년대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이라는 시간과 장소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그곳에서의 여름은 마치 오래된 필름 속 장면처럼 선명하면서도 흐릿하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는 부모의 태도였다.
특히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는, 엘리오를 하나의 인격체이자 독립적인 감정의 주체로 온전히 존중하는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그런 부모라면, 사랑의 모양이 무엇이든 아이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이 영화는 단지 사랑 이야기를 넘어,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여름, 소년은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 들였던  것이다.                       

그래서 여운이 더 길었다.



 #수프얀스티븐스  #영화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