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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영화리뷰8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 예술이란, 꺼내는 사람의 이야기 ▩ 고흐의 눈, 나의 시선영화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고흐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순간순간 그렇게 세상을 ‘본다’.햇살이 지나가는 창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빛에 물든 오후의 색깔. 우리는 분명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거나,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놓쳐버린다.고흐는 달랐다. 그는 '표현한' 것이 아니라, '꺼내려' 했다.자연 속에서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을, 인간의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각을, 그는 물감과 붓으로 꺼내려 했다. 그 간절함은 때로 광기로 비쳤고, 결국 이해받지 못한 그 마음은 그의 정신까지 갉아먹고 말았다.그의 거칠고 물든 손이 떠오른다.그 손은 단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만지고.. 2025. 6. 20.
당신의 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그 길 위에 피는 꽃이 있다 《당신의 길이 꽃길이 아니어도, 그 길 위에 피는 꽃이 있다》-루이스 웨인과 '자기 삶을 받아들이는 감정'에 대하여-“꽃길만 걸으세요.” 아름다운 말이다. 부드럽고 선하고 축복 가득한 인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 시큰하다. 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아마 그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이유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삶이 결코 꽃길만은 아니라는 것을.그래서 나는 ‘꽃길만 걷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을 자주 떠올린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루이스 웨인이다. ▩ 고양이로 견뎌낸 사람루이스 웨인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영국 화가였다. 그는 천재적인 손을 가졌지만, 세상과는 거리.. 2025. 6. 18.
기괴함은 낯선 진실의 얼굴인가 순진무구함에서 비롯된 용기 – 『가여운 것들』을 보고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출연한다는 이유로 감상하게 된 영화 『가여운 것들』.기괴하고, 이상하고, 때로는 불편한 장면들 속에서 오히려 삶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된다.어쩌면 벨라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주인공 벨라의 얼굴이, 몸이, 행동이 처음에는 낯설고 당황스럽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우리 안에 내재한 원초적 감정과 충돌하며 묘한 동질감을 낳는다.그래서 영화는 끝났어도 쉽게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계속 마음 어딘가를 두드린다.그 묘한 불편함은 곧 현실의 감각을 흔든다.나는 과연 부당한 사회 규범과 관습에 얼마나 벨라처럼 저항하며 살아왔을까?만약 사회가.. 2025. 6. 17.
반복 속에 깨어 있는 삶 넷플릭스 드라마 《사이렌이 노래할 때》 속 시몬은 반복되는 감정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몸부림친다. 그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때로, 벗어나는 대신— 그 안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그게 시몬의 이야기고,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반복을 끊지 못해도, 그 반복을 자각하는 순간, 삶은 비로소 비극이 아니라, 서사가 된다. 살아간다는 건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것은 주어진다. 환경이, 가족이, 타인의 말이, 내 안의 오래된 패턴이. 그래서 우리는 반복한다. 작고 좋지 않은 일상적인 습관부터, 감정의 중독, 부부 싸움, 이별, 친구와의.. 2025. 6. 15.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 예술이란, 꺼내는 사람의 이야기 ▩ 고흐의 눈, 나의 시선영화 《고흐, 영원의 문》을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고흐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순간순간 그렇게 세상을 ‘본다’.햇살이 지나가는 창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빛에 물든 오후의 색깔. 우리는 분명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쳐 지나가거나, 표현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놓쳐버린다.고흐는 달랐다. 그는 '표현한' 것이 아니라, '꺼내려' 했다.자연 속에서 이미 완성된 아름다움을, 인간의 언어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각을, 그는 물감과 붓으로 꺼내려 했다. 그 간절함은 때로 광기로 비쳤고, 결국 이해받지 못한 그 마음은 그의 정신까지 갉아먹고 말았다.그의 거칠고 물든 손이 떠오른다.그 손은 단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을 만지고.. 2025. 6. 13.
모딜리아니 – 예술가의 삶, 그 잔인한 아름다움 2004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마치 20세기 초 한 예술가의 작업실 안으로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그 공간 안에는 짙은 담배 연기와 술 냄새, 그리고 그들의 가난과 고독,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어둡고 축축한 공간 안에는, 그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한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선명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영화 소개: 모딜리아니 (2004) 이 영화는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을 배경으로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나날을 그린 작품이다.열정적이고 반항적인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고오직 ‘자신이 본,남들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만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예술가였다.그의 연인 잔느 에뷔테른과의 치열한 사랑,그리고.. 2025. 6. 12.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단 한 사람이 따뜻한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 겨울방학에 남겨진 세 사람의 감정 줄다리기. 《바튼 스쿨》은 따뜻한 내 편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는 걸 조용히 보여준다. ◈겨울방학에 찾아온 감정 수업“따뜻한 내 편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잘 자랄 수 있다.”겨울방학.모두가 떠난 학교에 남은 세 사람.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미움받는 원칙주의자인 교사 폴, 문제아로 낙인찍힌 학생 앵거스,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아들을 잃고 조용히 살아가는 조리사 메리.이 영화는 눈이 쌓이고 시간이 멈춘듯한 교정에서 세 사람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다.고독한 우리들의 삶에서 감정의 온기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처음부터 서로를 경계하는 폴과 앵거스.학칙에 집착하는 폴, 반항으로 똘똘 뭉친 앵거스.그들은 얼어붙은 교.. 2025. 5. 16.
《강변의 무코리타》 조용한 강가에서, 잊고 지낸 마음을 다시 만나다 조용한 강가, 무채색 풍경.《강변의 무코리타》는 상실과 고독,그리고 죽음을 품은 삶의 치유를 담담히 그려낸 영화다. “비워진 통 안에 담긴 것은오징어 젓갈이 아니라 오래된 사랑과 그리움이었다.” 무채색 속 선명했던 감정《강변의 무코리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흑백사진처럼 남는 영화였다.색은 무채색인데, 감정은 선명했다.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건,아마도 나도 모르게 밀어 넣었던 상실의 기억을조용히 꺼내어 쓰다듬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죽음과 나란히 살아가는 일이 작품은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연출작이다.《카모메 식당》, 《안경》 등에서 보여준특유의 정적이고 담백한 연출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영화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야마다가오징어 젓갈 공장에서 일하며 강.. 202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