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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디즈니+에서 만나는 『콘클라베』, 신의 뜻인가, 인간의 전략인가?

by moosona 2025. 6. 26.

“신의 이름 아래, 가장 인간적인 욕망이 꿈틀댄다. 『콘클라베』는 종교의 성역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심리전과 권력 투쟁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그 장막 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2025년 상반기, 극장에서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 『콘클라베』가 디즈니+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바티칸 시국 내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 '콘클라베'를 다룬 이 작품은 신성한 의례 이면에 숨겨진 인간 군상의 민낯과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콘클라베: 열쇠로 잠긴 방, 인간 욕망의 해방구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120명의 추기경들이 단 하나의 목표—교황 선출—을 위해 고립된 공간에서 머문다. 영화는 이 공간을 단순한 종교적 배경이 아니라 인간 욕망이 집약적으로 분출되는 무대로 전환시킨다.

로멜리 추기경(랄프 파인즈)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는 점점 더 정치적이고 심리적인 밀도로 흘러간다. 유력 후보들의 스캔들, 이념적 충돌, 은밀한 거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 영화는 과연 무엇이 신의 뜻인지, 아니면 인간의 전략인지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디즈니 플러스 시청중 사진 촬영본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정밀한 연출, 배우들의 밀도 높은 호흡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콘클라베』에서 공간의 폐쇄성과 긴장을 탁월하게 활용한다. 단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클로즈업과 음향, 시선의 미세한 흔들림으로 포착하며,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다.

랄프 파인즈는 냉철하면서도 번민하는 로멜리 추기경 역을 묵직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 탄탄한 배우진은 각자의 신념과 욕망을 지닌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영화가 단조롭게 흐르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한다.

디즈니 플러스 시청중 사진 촬영본



▥ 감상: 경건함이라는 이름의 위선과 모순

정보 중심의 구성을 넘어서 이 영화는 깊은 감정을 건드린다. '신의 뜻'이라는 명분 아래 벌어지는 암투와 음모, 추악한 스캔들은 단지 극적 장치가 아니다. 이는 현실 속 종교 권력이 보여주는 이념 편향성과 지도자의 위선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성소수자, 사생아, 권력 중독자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 모두가 하나의 공통점을 지닌다. 억눌린 욕망이 왜곡된 권력욕으로 변질되어 나타난다는 것. 겉으로는 누구보다 경건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암투를 벌이는 아이러니는 오히려 종교의 실체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의존에서 주체로

『콘클라베』가 던지는 가장 묵직한 질문은 단순히 종교 지도자에 대한 폭로가 아니라, 관객 스스로에게 향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가. 누군가가 정해준 신념에 기대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 책임지는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단순히 종교를 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믿음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갈망과 그 과정에서 마주해야 할 내면의 진실을 말한다. 종교는 위안을 주지만, 그것이 자기 성찰 없는 맹신이 될 때 위험해진다는 점을 날카롭게 짚는다.



▥ 정보, 통찰, 그리고 울림

『콘클라베』는 정보와 통찰, 그리고 개인적 울림이 맞물린 보기 드문 영화다. 배경이 종교라 하여 거리를 두기보다는,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권력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색은 보편적이다. 디즈니+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영화는, 단순한 심리 스릴러를 넘어 스스로의 믿음과 사회적 구조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콘클라베』는 현재 디즈니+에서 스트리밍 중입니다. [디즈니+ 바로가기](https://www.disneyplus.com/)


 


 "은밀한 성역,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간 본성의 진실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