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사전
어른이 된다는 건, 먼저 걷는 일
moosona
2025. 6. 21. 09:44
자식의 결혼은 부모에겐 떠나보냄이자 놓아줌의 훈련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부모의 욕망 때문이라고 말하는 글을 읽었다. “내 아들이 의사이니 며느리도 의사여야 하고, 강남에 살아야 하며, 외손주는 그 집 부모가 맡아 키워 주면 좋겠다."
그 말은 단순히 결혼의 조건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부모의 감정이 응축된 욕망의 언어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 아이를 진심으로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자식을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낼 때, 부모는 정서적으로 자식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자식을 붙잡아 곁에 두는 것이 사랑인 줄 알지만,
실은 그것이 자신의 외로움을 위탁하는 감정일 수도 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를 믿는 것이다.
곁에 두지 않아도, 거리를 두고 함께 있다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먼저 앞서 떠날 수 있는 용기다.
자꾸 나를 봐달라고 군시렁거리며 뒤에서 서운해하지 않고, 앞서 성큼성큼 걸어가며
“괜찮아, 너도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나는 그 말을,
이제 자식을 떠나보내야 하는 내 남편에게 해주고 싶다.
우리는 자식보다 먼저,
정서적으로 이별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당신은 자식을 보내는 날,
그보다 먼저 마음으로 이별할 수 있을까요?